예로부터 차를 마시는 것은 단순한 음용의 뜻이 아닌 예를 행하는 정신 수양의 일종이었다. 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차를 만들고 마시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좋은 찻잎을 선별해서 따고 정성으로 말리고 맑은 물을 떠서 적정 온도로 끓인다. 적당량의 찻잎을 넣고 일정 시간 우려내서 향과 맛을 음미하기까지,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하고 예를 갖추어 덕을 쌓는 것이 다도이다.
이런 다도 정신은 아름다운 전통 다기로 표현된다. 단순함과 조화로움을 표현하는 전통 다기는 다도 보다는 기호식품으로 간편하게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도 그 맑고 순수한 다도 정신을 느끼게 한다. 또한, 다기는 그 특유의 예술적인 아름다움으로 식기 개념을 넘어서 장식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수집 대상이 되거나 전시되기도 하며 가정집에서는 안주인의 취향과 안목을 보여주는 가정용품이기도 하다. 향으로 후각을 자극하고, 맛으로 미각을 자극하고 아름다운 다기로 시각을 자극하는 차 문화. 그 집약체인 전통 다기의 매력을 즐겨보자.
흙으로 빚은 자기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찻잔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컵에 비해 크기가 작고 둥글며 손잡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약간 두툼하게 만들어서 차로 인해 쉽게 뜨거워지지 않으며 또한 빨리 식지 않아 여유 있게 차를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흙이 빚어지고 구워지는 과정에서 생긴 도자기 본연의 색과 질감이 순박하면서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평범함 속에서 드러나는 부드럽고 고요한 멋이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우리의 일상과 닮았다.
찻물을 우려내는 다관이다. 자연을 따르는 순박한 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으며 백색 자기에 들어간 과감한 청색 무늬가 맑고 청아한 매력을 더한다.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뚜껑이 움직이지 않도록 잡기 적당한 크기로 제작되었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은, 온순함을 보여주는 외형이다. 누구라도 차를 마시기 위해 부담 없이사용할 수 있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순수하고 따뜻한 느낌이 묻어나는 다관이다.
여러 다기를 사용하지 않고 간편하게 차를 즐기고 싶다면 작은 인퓨저를 사용해 보자. 인퓨저(infuser)는 잎차를 넣은 후 다관이나 찻잔에 등에 넣어 차를 우리는 도구이다. 다관용 인퓨저는 찻잎을 거르는 용도로 사용 되지만 찻잔에 직접 사용하는 작은 인퓨저는 직접 차를 우려낸다. 다관이 필요 없고 찻잔에 직접 차를 우리고 마실 수 있어 빠르고 간편하다.
꽃잎 모양으로 펼쳐진 찻잔에 작은 꽃잎 모양의 인퓨저는 한 송이 꽃이 피어난 듯 싱그러운 매력을 여감없이 보여준다. 안쪽이 백색인찻잔과 인퓨저는 잎차의 아름다운 색을 감상할 수 있다. 깨끗한 색감과 봄을 부르듯 피어난 단아한 파스텔톤 꽃잔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모던함을 더했다. 손잡이 역할을 하는 찻잔의 장식은 꽃에 앉은 날비의 한쪽 날개처럼 가볍고 매끄러운 곡선미를 보여주고 있다.
장식적 요소를 강조하는 다관들은 자칫 그 본래의 실용성을 잃기도 한다. 보기에 아름답지만, 본질에 충실하지 않은 주전자는 장식품일까 아니면 생활 용기일까.
이 주전자는 형태와 기능적인 요소를 유지하면서 구조적 특징을 활용하여 조형미를 살리고자 했다. 주전자가 생활 용기로 사용될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은 유지하고 손잡이와 뚜껑, 주구를 변형시켰다. 주구가 2개이고 뚜껑을 일반적인 주전자와는 달리 크게 제작해 조형적 이미지를 표현했다. 주전자의 구조적, 조형적 특징을 조화시켜 전혀 새로운 형태를 그려낸 제품이다. 순백의 백자소지에 청화안료를 사용한 장식을 넣어 시각적인 미를 더했다.
커피와 달리 차는 다관에서 우려내고 찻잔에 여러 차례 나누어 따르며 천천히 음미하고 즐기는 음료이다. 그런데 이렇게 천천히 차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차가 식는 문제가 생긴다. 이럴 때 티 워머(Tea warmer)를 사용하면 오랜 시간 차를 마시며 다시 따라도 따뜻하게 마실 수 있다.
도농도예에서 선보인 워머용 양초인 티 캔들(tea candle)을 이용한 티 워머와 다관, 찻잔으로 구성된 다기 세트를 살펴보자. 다관은 물대를 볼록하게 만들어 막힘 없이 시원한 물줄기를 내도록 했다. 찻잔은 둥글고 입체적인 곡선으로, 손에 쥐었을 때 우수한 그립감을선사한다. 눈처럼 하얀 백색에 참외 무늬를 넣고 은칠을 해 단조로운 듯하면서도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이 있는 다기 세트이다.
순백색 자기와 대나무 뿌리가 만났다. 백자기로 만든 다기 손잡이에 대나무 뿌리로 장식했다. 자기와 나무, 이질적 재료의 만남으로 담백하고 간결한 형태에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을 가미했다. 백자기의 수수한 부드러움과 대나무의 단단함과 탄력, 그리고 건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화려함보다는 매트하고 수수하지만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선을 표현한 제품이다. 자연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자연스레 어우러져 감동을 준다. 자기의 실용성뿐 아니라 그 조형미와 그 속에 포함된 내적인 미를 표현하는 다기 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