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재료인 벽돌은 따뜻한 맛이 특징이다. 물론 건축시장에는 수많은 벽돌이 나와 있으며, 그만큼 벽돌은 거칠고 매끄러운 질감, 옅고 진한 색처럼 저마다 다른 개성이 있다. 그런데도 모든 벽돌이 공통으로 가진 한 가지 속성이라면, 한 장씩 정성으로 쌓아 올려 만드는 수공예적 감각이 아닐까? 오늘 기사에서 소개하는 집은 투박한 벽돌이 모여 따뜻한 감성을 만드는 주택이다.
오늘의 집은 한국의 설계사무소 100. A에서 경기도 양평군 고동산 자락의 언덕에 지은 주택이다. 149㎡(약 45평) 규모로 계획한 오늘의 집은 외벽을 시멘트 블록으로 치장 마감해 독특한 인상을 자아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게다가 집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투박한 외관과 달리 매끄러운 감각을 강조한 인테리어 마감 방식도 다른 방법으로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PHOTOGRAPHS : CHOI, BK 100. A>
언덕 위에 지은 오늘의 집은 외벽을 시멘트 블록으로 마감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벽돌은 주로 붉은벽돌과 시멘트 블록으로, 그중 입자가 거친 시멘트 블록은 투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거친 질감 탓에 마감재로 가리는 내벽 공사에 주로 사용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오늘의 집이 재미있다. 흔히 내장재로 사용하는 벽돌로 외벽을 꾸몄다. 건물 외벽은 촘촘하게 벽돌을 쌓자, 오히려 균일한 표면의 느낌이 살아난다. 주택 한쪽에 만든 울타리도 같은 재료를 활용해 완성했다. 울타리에는 이른바 틈을 두고 벽돌을 쌓는 '영롱 쌓기' 방식을 적용했는데, 그 틈으로 나온 불빛이 외벽을 비추는 모습이 따뜻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에는 안으로 들어와 실내 디자인을 확인하자. 먼저 거실 내부는 하얀색 벽과 마루를 시공하고 간단한 형태의 가구를 배치해 꾸몄다. 수수한 빛과 색을 발산하는 디자인이 부담스럽지 않다. 오늘의 집처럼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가구만 놓는 방법도 깔끔하고 정제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좋다. 또한, 외부에서 거친 질감의 벽돌이 모여 만드는 부드러운 질감과 달리, 처음부터 매끄럽게 이어지는 실내 벽도 따뜻한 기운을 북돋는다. 거실을 위한 디자인 아이디어가 궁금하다면 여기 링크를 따라가 보자.
주택의 주방과 다이닝 룸도 거실처럼 온화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별다른 장식이 없어도 단순한 디자인이 아름답다. 밝은 주방을 위해 하얀색 조리대와 수납장을 설치하고, 식탁은 깔끔한 디자인의 합판으로 짜 맞췄다. 조리대와 맞닿은 벽에는 가로로 긴 창을 냈다. 요리를 즐기며 바깥 풍경을 바라볼 수 있어 좋다. 이와 더불어 실내 공기를 자연스럽게 순환시킬 수 있어 기능까지 생각한 디자인이다. 사진 오른쪽 창으로 햇빛이 너무 강하게 들어온다면, 블라인드를 설치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풍경을 담는 작은 야외 테라스와 갤러리를 닮은 방이 돋보이는 사진이다. 테라스에 설치한 가늘고 얇은 철제 난간은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주변 풍경을 깨끗하게 담을 수 있다. 테라스는 가족이 함께 모여 차를 마시거나, 조촐한 식사를 즐기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그리고 오른쪽 방은 하얀색으로 벽을 마감하고 원목 마루로 바닥을 시공해 마치 갤러리를 닮았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성적인 갤러리 인테리어처럼, 거주자의 의도에 맞춰 언제나 얼마든지 꾸밀 가능성이 보이는 공간이다.
주택 계단은 다른 내부공간을 꾸민 방법을 그대로 적용했다. 계단 널을 어두운 색조 나무 널로 시공하고 벽은 하얀색으로 마무리했다. 벽에 매입형 조명을 설치해 계단을 밝히는 아이디어도 안전과 아름다움을 두루 생각한 모습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계단 가장 아랫단에 디딤돌을 만든 것이다. 높이차가 있는 계단 가장 아래에 디딤돌을 놓았다.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계단이다. 여러 시각적 효과를 연출한 계단이 궁금하다면, 여기 링크를 따라가 기사를 읽어보자.
다시 밖으로 나와 외부공간을 확인해 보자. 시멘트 블록을 쌓아 만든 울타리는 작은 마을의 담벼락을 닮았다. 작은 공간이지만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외부공간을 밝히는 조명은 복도의 방향을 따라 길게 설치했는데, 이는 깊이를 더하고 일정한 방향성을 부여하는 조명 디자인이다. 물론 실외 복도 외에도 실내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 아이디어다.
오늘의 집처럼 언덕 위에 지은 집은 대개 전망이 좋다. 아랫집이 시야를 가리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경사지 주택에서 빠질 수 없는 옹벽은 시멘트 블록으로 감싸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다시 자연스럽게 전체 건물의 외벽 치장 시멘트 블록까지 이어진다. 벽돌 하나를 가장 기초적인 조형 어휘이자 건축의 기본 단위로 생각하고, 작은 요소가 하나씩 모이면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주택이다.